최근 반신욕의 열풍으로, 반신욕 욕조는 물론 반신욕 덮개와 빨간 고무대야까지 불티나게 팔린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목욕이 뭐가 그리 건강에 좋을까, 하며 아직도 반신욕의 효과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지만 고혈압, 다이어트, 아토피에 관절염까지 반신욕 덕분에 나았다는 병은 수십 가지. 단 지 하루 30분 투자로 온갖 질병이 예방된다는 일명 ‘만병통치약’ 반신욕에 관한 상세 보고서. 고 백건대 목욕탕에 관한 ‘아픈’ 추억이 있다.

어릴 적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서면 ‘훅’하고 덮쳐오는 뜨거운 열기는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했다. 또 때를 불려야 한다는 이유로 목까지 차오르는 열탕에 억지로 밀어 넣는 엄마의 손길은 어린 나에게 아픈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엄마의 눈초리가 무서워 나올 수도 없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던 그 목욕탕의 기억은 지금도 대중 목욕탕을 찾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집에서의 목욕은 달랐다.

빨간 고무대야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몸을 반쯤 담그고 앉으면 몸이 노곤해지고 기분은 나른해져 목욕 후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늘어지게 잠을 자곤 했다.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최근 부각되고 있는 반신욕의 효과가 어릴 적 빨간 고무대야의 그것이었다. 이것이 반신욕이다 ‘무엇이 몸에 좋다’더라는 말은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을 때에야 귀에 들어오는 말이다.

살찐 사람들에게는 다이어트 정보만 눈에 들어오고 암환자에게는 암에 좋다는 음식만 귀에 들어오듯이 말이다. 직장인 고은미 씨(여, 29세)는 날씬한 몸매 탓에 다이어트에도 그리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평소 건강에도 자신이 있어 건강정보에도 둔한 스타일이라고. 그런 그녀가 요즘 반신욕 마니아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반신욕을 권하고 다닌다고 한다.

이유인즉, 그녀가 우연히 반신욕을 한 다음 날 아침, 그녀의 핸드폰에 찍힌 부재중 수신 다섯 통화 때문이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여 쉽게 잠을 깨는 그녀가 밤새 울려댄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한 것. 자는 동안 받지 못한 연인의 전화가 안타깝기는 했지만 평소와 다른 개운한 잠을 잔 덕분에 회사에서 좀처럼 피곤을 느낄 수 없었다.

이 일로 인해 그녀는 반신욕 마니아가 되고 만 것. 사람마다 다른 효과를 보이지만 평소 건강한 사람에게도 건강의 청신호를 안겨주는 반신욕. 반신욕은 몸의 절반만을 따뜻한 물에 담근다는 의미로 그렇게 불리는데,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39℃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가슴 아래만 20-30분간 담그는 것이 반신욕의 핵심이다.

반신욕의 열풍을 몰고 온 일본의 신도 요시하루 박사에 의하면 모든 병은‘냉’때문에 생겨나며 어떤 병이라도 알고 보면 냉과 과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냉이란 단순히 손발이 차게 느껴지는 냉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을 온도기록계(서모그래피)로 측정해 보면 상반신은 온도가 높고(심장을 중심으로 37℃전후) 하반신, 특히 발의 온도는 31℃ 이하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몸이 같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온도의 차이를 갖게 되면 상대 적으로 체온이 낮은 하반신은 냉증을 앓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냉은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온갖 병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그러므로 병을 고치거나 건강을 유지하려면 우선 몸 안의 냉을 해소시켜야 하는데, 명치 아래 부분을 미지근한 물에 담그는 반 신욕은 냉을 없애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 신도 요시하루 박사는 특히 고혈압 환자들에게 반신욕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냉기가 혈관을 수축시켜 생기는 혈행 장애는 모든 병의 잠재요인이라는 것.

그렇게 볼 때 고혈압은 그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과식까지 겹치면 고혈 압의 정도는 더 심해진다. 과식을 하면 혈액 중의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등이 증가한다. 그런 혈액은 끈끈해져서 잘 흐르지 않는데, 냉기로 혈관이 좁아진데다가 이런 악조건이 겹치니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말초혈관까지 충 분한 양의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혈압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것을 본래의 정상혈압으로 돌이키려면 혈관을 본래의 모양으로 만 들어야 하는데, 이때 과식을 금하고 냉기를 없애는 반신욕을 계속하면 차츰 혈관수축이 개선되고 혈액이 잘 흐르게 된다.

몸속의 근본적인 냉기를 제거하면 혈압은 저절로,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혈액의 흐름이 좋아져 냉기가 제거되면, 식욕도 정 상으로 돌아와 과식 습관이 개선된다.

반신욕, 병의 근원을 잡는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에서의 목욕은 에너지 소모가 적고 신경을 진정시킨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 20-30분 동안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있으면 신경의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가라앉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감기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기침이나 콧물은 병독을 몰아내려는 인체의 자연치유 작용이다.

마찬가지로 열이 나는 것도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하려는 자연치유 작용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증상의 근본이 되는 냉기를 제거해 주면 기침도 멈추고 열이 내려 감기가 낫 는다. 그러나 전신을 고온으로 뜨겁게 달구는 사우나나 뜨거운 물에 온몸을 푹 담그는 전신욕은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고 요시하루 박사는 말한다.

마치 인절미를 센 불에 구우면 겉만 까맣게 타고 속은 딱딱한 채로 있는 것처럼, 물이 너무 뜨거우면 피부 표면이 방한 벽을 만들어 오히려 몸속으로 열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고. 특히 사우나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상반신이 뜨겁고 하체가 차가운 냉 상태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말한다.

반신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원활한 혈액순환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임을 안다면 반신욕이 온갖 병을 낫게 한다는 요시하루 박사의 이야기가 그리 무리한 것은 아닐 터. 입욕제로 반신욕 즐기기 중국 최고의 미녀 양귀비는 목욕을 상당히 즐겼다고 한다. 그녀의 목욕법은 상당히 특이했는데 서른 명의 궁중소년 합창단의 음악 없이는 목욕을 하지 않았다고. 그녀에게 목욕하는 시간은 단순히 청결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휴식시간이기도 한 것. 또한 그녀는 자스민의 일종인 말리향을 탄 물이 아니면 목욕을 하지 않았을 만큼 입욕제를 좋아했다.

집에서도 양귀비 부럽지 않은 입욕제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허브를 사용하거나 녹차나 다시마 등을 이용하면 좋다. 녹차는 피부 탄력을 좋게 하고 살균효과가 있는데, 녹차잎을 망에 넣고 우려내거나, 먹다 남은 녹차티백을 5-6개 모아서 욕조에 넣고 5분 정도 우려내면 된다. 입욕제로 숯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숯은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이나 박테리아 등을 집중적으로 흡착하는 성질이 있다. 욕조에 더운물을 붓고 숯가루를 20g정도를 넣거나 참숯조각을 주머니에 담아 5-10분간 담가두면 물이 점점 검어진다. 이 물에 목욕을 하면, 신체의 온열작용에 의해 모공이 확대되면서 노폐물과 함께 땀이 배출된다. 이 때 숯이 강한 흡착력을 발휘하여 몸의 각종 노폐물이 빠르게 배출되면서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반신욕 어떻게 해야 할까

1. 체온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37-39℃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욕조에 받는다.

2. 욕조에 들어가기 전 발과 다리에 따뜻한 물을 묻혀 체온의 밸런스를 맞춰준다.

3. 실내 공기가 차가운 경우라면, 욕조에 물을 미리 받아두어 공기를 데워 놓는 것이 좋다.

4. 욕조에 앉아 가슴 아래까지만 몸을 담근다. 이때 중요한 것은 팔은 욕조 위에 꺼내놓아야 한다.

5. 그 상태로 20-30분 동안 몸을 담근다.

6. 너무 춥게 느껴진다면 20-30초 정도 잠깐 어깨까지 몸을 물에 담가준다.

7. 물이 식으면 더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온도를 맞춘다. 8. 반신욕을 마치고 나오면, 양말을 두텁게 신어 아랫부분은 될 수 있는 대로 따뜻하게 보온해 준다.

글_이승진 기자 | 참고 <모든 병에 효과 있는 건강 목욕법 반신욕>/ 신도 요시하루